지긋지긋한 회사를 그만뒀다. 마치 하나의 부속품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년간 몸담았던 회사는 좋은 조건으로 나를 붙잡으려 했지만, 머릿속에는 온통 할아버지의 유언 같았던 말씀으로 가득했을 뿐이었다.

 

 

할아버지는 전에 돌아가셨다. 오랜 지병이 원인이었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직전, 편지를 남기고 돌아가셨는데, 다른 사람도 아닌 나를 위한 것이었다. 사실, 할아버지께 편지를 받자마자 읽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할아버지께서는 지금 읽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시는 아닌가. 나중에, 정말 힘들 꺼내 읽어보라면서 말이다. 그러겠노라 했다. 할아버지의 마지막 부탁이셨으니까. 그렇게 봉인도 뜯지 않은 편지를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잊고 지냈던 거다. 평소에도 나를 지지해주시는 분이셨기에, 응원이 가득 담긴 말씀으로 편지를 쓰셨을 거라고 추측했을 뿐이었다. 

 

 

생기 없는 사무실,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말고는 아무 소음도 없는 공간, 채찍질하는 듯한 글귀로 가득한 벽면, 숨이 막혔다. 의자를 뒤로 젖히고, 한숨을 내쉬다가 문득 떠올랐다. 할아버지의 편지가. 무엇에 홀리기라도 듯이 봉인을 뜯고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길지 않은 편지에는 이런 내용이 쓰여 있었다. 요약하자면 이랬다. 

 

 

'스타듀 밸리'라는 곳에 오래전에 일구었던 농장이 있다. 편지를 정도로 힘든 시기라면 그곳으로 떠나 인생의 변화를 맞이해보는 어떻겠니. 다른 사람들과 어우러져, 자연과 하나가 되어 지내는 삶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거다.

 

할아버지는 남부 해안가 지방에 있는 '스타듀 밸리'라는 마을을 지목했다. 스타듀 밸리라면 나도 번쯤은 들어본 곳이다. TV 나온 같기도 했다.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그곳에 땅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굳이 내게 땅을 물려주려고 하셨던 이유가 있을까. 궁금해졌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며칠 , 나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유는 , 그렇듯이 '일신상의 이유'였다. 머무르던 집도 처분했고, 짐도 최대한 줄였다. 그곳에서 모든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어머니는 내가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것처럼 행동한다고 했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이곳을 벗어나야 모든 정리될 것만 같았다.

 

스타듀 밸리에는 미리 연락해 두었다. 시장 루이스는 반가운 목소리로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내려오면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버스 티켓을 예매했고, 정말 필요한 것들만 스타듀 밸리에 있는 농장으로 미리 보냈다. 이제, 몸만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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